[챗GPT로 MICE 기획안 써보니]
질문시간 ‘1분 이내’ 기획서 초안이 뚝딱
홍보기사 등 소스로 주최자 선호도 반영
관광분야, 통계분석기능 활용 ‘인력 대체’
표절여부 논란 속 가이드라인 필요성 대두

챗GPT는 인공지능(AI)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어젖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료사진=픽사베이
챗GPT는 인공지능(AI)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어젖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료사진=픽사베이

“서울시에 외국인 관광객을 역대 최대 규모로 유치할 수 있는 방안을 알려줘!” 

하나, 둘, 셋. 5초가 지났다. 챗GPT는 △K-팝 관련 대규모 문화 이벤트 및 축제 개최 △디지털 마케팅 강화(SNS·캠페인) △서울을 중심으로 한 테마 여행 패키지 제공(타 도시 통합관광 체험) △다국어 안내 서비스와 지원 △현지 문화와 국제적 맞춤형 서비스 등에 관한 기획안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이 요약보고서를 “프리젠테이션 할 수 있는 양식으로 바꿔달라”고 한 다음 “전문가 느낌이 나도록 다시 써달라”고 했다. 챗GPT는 11장 분량의 슬라이드로 정돈한 후 보다 구체적인 아이템들을 추가해 이전보다 더 간결하게 정리했다. 서울시의 외국인 관광객 유치 전략과 비전·목표부터 마무리 발언과 질의·응답에 이르기까지 프리젠테이션 초안을 완성하는 데 30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챗GPT에게 질문을 한 줄씩 총 3개를 던졌고, 질문을 구상하고 입력하는 데 쏟은 시간은 20초 남짓에 불과했다. 밤샘작업으로 겨우 만들어 냈을 만한 기획안 초안이 1분도 되지 않아 뚝딱 만들어진 것이다. 기획안 초안을 작성하는 게 컵라면 익는 속도보다 빨랐다.

물론 이 내용을 바탕으로 아이템을 구성하고 수정·보완하면서 납품 가능한 기획안을 다시 만들어야겠지만, 최근 서울시가 주력해온 관광정책이 빠짐없이 담겼기 때문에 나머지는 기획자가 더하거나 빼면 기획안 제작업무를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특히 해외 바이어와 이메일을 주고 받거나 제안서 초안을 영문으로 작성해야할 경우 내국인이 번안한 글보다 유려한 문체로 전달할 수도 있다. 물론 질문은 영어로 해야 하고, 검수과정과 재편집도 필수다.

챗GPT에게 외국인 관광객 유치 방안을 물었다. 챗GPT에 질문을 2회 이상 추가로 던지면 보다 완성된 내용을 도출할 수 있다. 사진=챗GPT 갈무리
챗GPT에게 외국인 관광객 유치 방안을 물었다. 챗GPT에 질문을 2회 이상 추가로 던지면 보다 완성된 내용을 도출할 수 있다. 사진=챗GPT 갈무리

챗GPT는 2022년 말 OpenAI사가 출시한 거대 언어모델(LLM) AI로, 흔히 ‘대화형 생성 인공지능 서비스’라고 부른다. 단순히 정보를 찾아주는 기존 포털사이트의 검색(search) 수준을 벗어나 문맥을 이해하고 스토리텔링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출시 두 달 만에 전세계 1억명 이상의 이용자를 끌어모았다.

기획안이나 발표문 작성 업무가 많은 MICE 분야도 챗GPT가 빠르게 자리잡는 추세다. 몇 가지 단어나 문장으로 ‘완성된 문단’을 만들어내니 이용자는 검수만 하면 되고, 빠른 시간 안에 주최자가 원하는 내용들로 업무를 처리할 수도 있다. 그만큼 스트레스를 덜 받는 업무환경도 만들어진다. 업무에 쏟는 시간과 공력을 크게 줄일 수 있어서 챗GPT 활용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챗GPT는 수치가 빼곡히 적힌 통계표까지 빠르게 분석해낸다. 특정 기업의 주가동향을 담은 표를 입력하면, 분기별 추세선을 기간별로 정리하거나 예측모델을 제시하기도 한다. 챗GPT 기술을 바탕으로 한 AI 좌석 추천 서비스는 대표적이다. 챗GPT의 확률 분석 기능을 활용하면 항공·기차·버스 등 대중교통 예약 시 일행들과 붙어앉길 원하는 단체 고객들에게 원하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항공사 등의 입장에선 빈 자석을 최소화 해주니 이익 증대까지 꾀할 수 있다. 이밖에 현지의 숙소, 맛집, 여행 프로그램, 지원제도 등도 간편하게 추천 받을 수 있다.

 

챗GPT로 만든 기획안, 표절로 볼 것이냐 ‘논란’

그렇다면 챗GPT는 만능일까.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2023)가 최근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20~50대 1000명 대상)에서 챗GPT 사용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32.8%로 집계됐다. 조사 대상자 가운데 무려 90.1%가 ‘AI가 쓴 글을 학교과제, 자기소개서 등으로 제출하는 부정행위’를 문제로 꼽았다. 창의성 감소에 관한 우려도 81.4%로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실제로 챗GPT는 특정 정보나 사실관계의 경우 챗GPT가 마구 지어내는 시스템인 탓에 허위내용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대외 공식문건이나 계약서와 같은 비즈니스 관련 문건은 필히 꼼꼼하게 검수해야 한다. 웹상에 올려져 있는 정보들의 맥락을 수집해서 문장을 완성하다보니 특정 데이터(질문)에 치우친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챗GPT가 학습한 데이터가 최신의 것이 아닌 1~2년 전까지의 내용이란 점에서 트렌드를 온전히 반영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챗GPT가 MICE산업에 미친 영향을 신문기사로 써달라고 하니, 5초 만에 기사 양식의 초안이 나왔다. 사진=챗GPT 갈무리
챗GPT가 MICE산업에 미친 영향을 신문기사로 써달라고 하니, 5초 만에 기사 양식의 초안이 나왔다. 사진=챗GPT 갈무리

현재 대다수 MICE 행사 용역에서 쓰이는 기획서, 제안서 등은 당사자가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한 심사단계에서 표절 여부를 가려내기 힘들다. 심사위원 개개인의 기억에 의존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입찰에 참가하는 다수의 기획사나 대행사들이 챗GPT를 활용해 기획서를 작성할 경우 전례없던 문제들이 일제히 발생할 우려가 있다.

반면, 표절로만 볼 수 없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MICE 행사 기획서의 경우 챗GPT는 신문, 보고서, 토론집 등 공개문서 혹은 인터넷에 업로드한 기획안 등을 바탕으로 핵심내용을 선별해 모아둔 자료이기 때문에 일부 표절로 의심될 만한 아이템이나 문장이 섞여 들어갈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관행적으로 널리 이뤄지고 있는 이벤트 기획들을 모두 표절로 규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행사 프로그램의 상당수는 원저작권자가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예컨대 지역축제에서 해당 지역의 음식을 활용해 먹거리 장터나 플리마켓을 연다고 하면 이것은 표절인가, 아닌가. 야외에서 스탠딩 형식의 컨퍼런스를 열면서 모바일로 실시간 질의응답을 받는다면 표절일까. MICE의 독특한 이벤트 기획을 범용가능한 행사의 일부로 볼 것인지, 누군가의 고유하고 독보적인 콘텐츠로 볼 것인지 기준을 정하는 것부터 상당한 문제와 맞닥뜨리게 된다.

창의성과 안정성이 중요한 MICE산업에서 챗GPT는 업무의 효율성과 창의성(혹은 고유성)이 충돌하면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활용가능한지 여부는 여전히 물음표를 남기고 있다.

최성욱 기자 hot@emice.co.kr

저작권자 © 이코노마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