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광민의 STEP OVER
①코로나 1년 ‘POST MICE’ 긴 여정의 시작

아태 관광객 1월 전년대비 ‘–96%’ 감소
“마이스산업, 어디 하나 성한 데 없어”  
문체부, 韓 피해규모 16조6천억원 추산
“당장 회복 안 돼도, 혁신 노력 불가피”

※코로나19로 인해 붕괴된 마이스산업은 최근 혁신을 통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려 분주하다. 기획연재 ‘정광민의 STEP OVER’는 위기의 원인을 진단하면서 현장에서 일고 있는 크고 작은 변화에 주목한다. 특히 일련의 변화들이 새롭게 요구하는 정책이 있다면 제언할 예정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마이스산업 관련 정책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정광민 부연구위원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현상 너머’에 있을 정책의 연결고리를 찾아본다. 

코로나19 2년째, 마이스산업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자료사진=픽사베이
코로나19 2년째, 마이스산업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자료사진=픽사베이

지난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경제와 고용시장에 미친 충격은 기존 사스(SA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글로벌 경제위기로 마이스산업이 겪었던 것과 양상이 많이 달랐다. 통계로도 사스는 발생연도와 이전연도 대비 국제관광객 수 감소세가 -0.3%에 불과했고, 글로벌 경제위기 땐 –4% 수준을 보였다. 반면 코로나19는 ‘-73.9%’에 달한다. 특히 초기 코로나19 발병지로 알려진 중국을 둘러싼 아시아·태평양 국가는 올해 1월의 경우 전년대비 ‘-96%’ 수준으로, 관광산업이 거의 존재하지 않은 것 같은 한 해를 보냈다.

세계관광기구(UNWTO)는 코로나19로 인한 국제관광 시장의 영향이 과거 30년 전인 1990년대로 관광시장이 퇴보한 것과 같은 효과로, 전세계 GDP 규모로는 약 1조3000억 달러의 손실과 더불어 약 1억개의 일자리가 없어진 것과 같다고 평가했다.

국내 관광시장은 말할 것도 없다. 최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한국 관광시장은 방한 외래관광객 수와 국민해외여행객이 전년대비 각각 –85.6%, -85.1% 급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국내 관광산업 피해 규모를 약 16조6000억원으로 추산한다. 관광진흥법상 사업체만을 대상으로 한 것임을 고려할 때, 음식·교통 등 연계산업까지 고려한다면 관광산업 전체의 피해는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관광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여행사, 항공사, 호텔은 물론 MICE(마이스), 축제, 공연 등 어디 한 분야에서 성한 데 없는 실정이다. 

 

韓 MICE, 코로나19로 1조1000억원 매출 감소
“회의기술 디지털플랫폼 분야가 주도권 쥐게 될 수도”

국제적인 이동과 대면접촉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산업’은 최근 ‘산업위기(고용·산업체 위기) 산업군’에 포함됐다. 특히 국제컨벤션협회(ICCA)가 통계를 집계한 이래로 한 번도 회의나 시설 수가 줄지 않고 성장한 전세계 마이스업계는 굴곡이 있는 여타 관광산업보다 지난 1년의 위기상황이 더 크게 다가왔을 것으로 짐작된다. 관광산업의 성장과 함께 융복합 관광사업이면서 핵심전략 산업으로 각광 받아온 한국의 마이스산업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약 1조1000억원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산업 기반 전체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와 업계의 고통은 여전히 마이스산업 전반을 옥죄고 있다. 다른 한편으론 그간 마이스 업종의 경영 취약성, 사업 건정성에 관해 제기됐던 우려와 마이스산업의 계절성에 따른 고용문제 등 현안들이 코로나19 확산을 기점으로 업계·정책·학계 등 각 분야에 뼈아픈 울림을 보내고 있다. 

위기와 변화의 시대에 마이스업계는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는 한, 또는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마이스산업은 경쟁력을 잃고 한계에 봉착할 것이다. 특히 회의 기획자나 주최자들이 쥐고 있던 마이스산업의 주도권을 회의기술 디지털플랫폼 분야가 쥐게 될지도 모른다. 

 

‘코로나19 회복시점은?’
UNWTO 국제관광 전문가 조사 
응답자 80% 이상 “2023년 이후”

마이스산업 위기는 코로나19로 인한 관광행태 변화와 언제 끝날지 모르는 회복시기로 나눠 진단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지난해 2월 이후 세계 각국에서도 영업중지(business shutdown), 여행금지(travel ban), 자가격리(self-isolation), 재택근무(teleworking) 등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다양한 형태의 억제책이 시도되고 있다. 

대부분의 억제책이 대면접촉 또는 이동을 제한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관광과 마이스분야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이로 인해 기존 대면방식과 테크놀로지를 결합한 하이브리드(Hybrid) 개최방식은 마이스행사의 뉴노멀, 새로운 표준이 됐다.

최근 UNWTO 전문가 조사에서 국제관광이 코로나19 이전 시점으로 회복 가능한 시점을 묻는 질문에 ‘2022년 이전에 회복 가능하다’는 응답은 20%에도 못미쳤다. 80% 이상의 국제관광 전문가들은 ‘2023년 이후에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백신 상용화로 감염병 조기 종식이 이루어질 경우 앞으로 관광수요가 폭발적으로 나타날 것이란 전망도 함께 내놓았다. 물론 비즈니스여행 수요가 일반여행에 비해 더딘 회복 추이를 보일 것이다. 종합하면, 출장이 없어도 발달된 통신과 기술 인프라를 활용해 비즈니스 거래가 이뤄질 것이고, 꼭 필요한 회의는 가상공간에서 진행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처럼 현재까지는 굳이 안전을 뒤로한 채 대면활동을 감행하지 않을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코로나19 이후 관광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도 비즈니스여행 수요는 서서히 회복될 전망이다. 자료사진=픽사베이
코로나19 이후 관광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도 비즈니스여행 수요는 서서히 회복될 전망이다. 자료사진=픽사베이

그간 마이스산업에서 IT기술을 접목한 미팅테크놀로지(Meeting Technology) 발전은 산업의 혁신을 이끌 주요 요소로 회자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대면 하이브리드 도입으로 가속화된 행사 개최방식과 IT기술의 도입은 기존 마이스업계 경영환경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1년간 업계에서는 기술접목을 위해 관련 업계와 협업을 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기획이나 진행 이외의 기술적인 부분에서 주도적으로 실행하는 역할면에선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최근 들어 많은 마이스기업은 회의의 유치와 기획·개최 분야에선 △개최목적과 개최방식 △참여자의 행태변화 △인센티브 관광의 목적과 활동 변화 △전시회 규모 변화 등 참여자의 행태변화에 주목하고, 이에 따른 기업경영방식의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 콘텐츠를 오프라인에 대한 보완재로 인식했던 전통적 사고에서 벗어나,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 그리고 콘텐츠의 선순환 구조를 통해 사용자 몰입도와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회의를 개발하는 데 전력투구 하는 분위기다. 특히 시설분야의 경우 오프라인 회의와 전시 수요에 집중됐던 공간활용을 타산업과 연계해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근본적인 고민과 해법이 필요하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백신이 개발돼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와도 여행 부문은 이전과 같지 못할 것이고, 특히 비즈니스 목적의 여행은 50%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비즈니스 미팅이 주를 이루는 마이스분야는 기존 시장의 회복을 기다리기보단 경영방식에 변화를 주고 새로운 수요를 발굴해 재도약을 이끌어 나가야 할 때다. 더불어 긴 호흡으로 냉철한 지성과 지혜를 모아 위기를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를 맞이할 여정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정광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
주요 연구분야는 MICE정책, 복합리조트, 관광자원개발, 관광정책 등이다. ‘국제회의산업 정책 추진실태와 과제(2020)’ ‘제4차 국제회의산업육성 기본계획 수립 연구(2018)’ ‘MICE산업 경제규모 추정 및 성장 지표 개발 연구(2019)’ ‘국제회의복합지구 지정을 위한 가이드라인 수립 연구(2018)’ 등 다수의 정책연구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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