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지난 2~4일 킨텍스서 ‘2022 스마트국토엑스포’ 개최

현대차·구글·티맵 등 총 129개사 전시 참가…컨퍼런스 ‘33개’
3년만의 오프라인 전시, 부스마다 즐비한 ‘체험’ 이벤트 눈길
“공간정보기술, 이 정도였어?” 참관객들 길고 긴 ‘체험’ 행렬
프롭테크·UAM·디지털트윈 등 참여… 공간정보 ‘융복합’ 확장
“융복합, 대중친화적 프로그램으로 공간정보 대표 플랫폼될 것”

한국공항공사 관계자가 도심항공교통(UAM) 이착륙장 ‘버티허브’를 설명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가 도심항공교통(UAM) 이착륙장 ‘버티허브’를 설명하고 있다.

“2028년이면 김포공항에서 ‘드론택시’를 타고 귀가한다는 말이죠? 지금 보고 있는 게 정말 실현된다는 거죠?”

한국공항공사가 전시한 도심항공교통(UAM) 이착륙장 ‘버티허브(Verti-Hub, 복합환승센터)’에 관한 가이드의 설명을 무심하게 지켜보던 한 참가자는 믿기지 않는다는듯 되물었다. 다른 참가자들도 가이드의 설명에 귀를 쫑긋 세웠다. 실제로 국토부와 서울시는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앞 주차장 등지 약 35만㎡ 부지에 UAM 복합환승허브와 모빌리티 혁신산업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다. 이 드론택시와 버티허브를 실현하는 핵심기술 중 하나가 바로 ‘공간정보’다.

‘공간정보(spatial information)’는 자연‧인공물의 위치 정보나 이를 활용한 의사결정을 할 때 필요한 정보다.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네비게이션, 온라인 지도, 배달앱 등이 공간정보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디지털 대전환을 가속화하는 빅데이터,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데 빠질 수 없는 기술로, 연결과 융합기술의 핵심 기반이다.

최신 공간정보기술의 정점을 선보인 ‘2022 스마트국토엑스포(Smart GEO Expo 2022, SGE 2022)’가 지난 4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SGE 2022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의 핵심 인프라인 공간정보의 최신 기술과 융복합 활용 기술의 트렌드를 다뤘다. 전시‧컨퍼런스뿐 아니라 체험 이벤트를 중심으로 꾸린 부대행사들이 참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3차원 정밀지도를 선보인 모빌테크 부스에서 해외 바이어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3차원 정밀지도를 선보인 모빌테크 부스에서 해외 바이어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한국국토정보공사(LX) 부스에 
한국국토정보공사(LX)는 SGE 2022에서 디지털트윈 플랫폼을 소개했다.
측량 디지털트윈과 메타버스 기술을 설명하는 최승엽 테크트리 이노베이션 대표(왼쪽).
측량 디지털트윈과 메타버스 기술을 설명하는 최승엽 테크트리 이노베이션 대표(왼쪽).
공간정보를 활용한 부동산 정보 서비스 프롭테크기업 아파트엔.
공간정보를 활용한 부동산 정보 서비스 프롭테크기업 아파트엔.
측량·통신장비, 정밀 과학기기 전문기업 코세코.
측량·통신장비, 정밀 과학기기 전문기업 코세코.

국토교통부(장관 원희룡)가 지난 2~4일 사흘간 경기 고양시 킨텍스 1전시장에서 개최한 SGE 2022는 올해 14회를 맞이했다. 이번 SGE는 ‘디지털 지구, 모두를 위한 더 나은 삶(Digital Earth: Better life for all)’을 주제로 △전시 △컨퍼런스 △비즈니스 미팅 △워크숍 △체험 △경진대회 △취·창업 지원 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행사를 한 곳에서 경험할 수 있었다. 공간정보의 최신 기술과 산업동향을 교류하는 산학연관 협력 플랫폼답게 공간기술 분야의 내로라 하는 국내외 기업체 바이어와 산업체 간 비즈니스 매칭도 여느 때보다 활발하게 이뤄졌다.

현장에선 바이어들은 물론이고 부스 참가기업의 관계자들까지 부스를 찾아다니며 직접 체험해보고 제품과 기술에 관한 심도있는 논의를 이어갔다. 부스에선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경험해보는 데 그치지 않고, 자사 기술력과 융복합해 시너지를 낼 기술협력 방안에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측량기기 소프트웨어 개발기업 유스콘의 김성호 대리(측량기사업팀)는 “공간정보 분야가 생각보다 다양해진 것 같다”며 “이전의 관련 전시들이 아날로그형 측량기기 전시에 머물렀다면, SGE 2022에선 공간정보기술이 드론, 증강현실 등 다양한 디지털 솔루션과 융합해 영역을 넓혀가는 트렌드를 읽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기업의 경우 드론 분야와 협업이 다소 미흡한 실정인데, 드론 솔루션에 맞춰 (우리 제품의) 소프트웨어를 바꿔야겠단 생각에 확신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현대모터그룹의 UAM 체험 ‘S-A1 시뮬레이터’는 실감형 VR로 기내에서 도시를 유영하며 이착륙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현대모터그룹의 UAM 체험 ‘S-A1 시뮬레이터’는 실감형 VR로 기내에서 도시를 유영하며 이착륙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공간정보연구원 홍보관에서 연구원들이 가상공간에 나타난 지도를 손으로 늘였다 줄였다 하며 ‘MR기술’을 체험하고 있다. 
공간정보연구원 홍보관에서 연구원들이 가상공간에 나타난 지도를 손으로 늘였다 줄였다 하며 ‘MR기술’을 체험하고 있다. 
현대모터그룹의 UAM 체험 ‘S-A1 시뮬레이터’.
현대모터그룹의 UAM 체험 ‘S-A1 시뮬레이터’.
비행시뮬레이터 체험존에서 참가자가 실제 항공기를 조종하는듯 몸을 써가며 몰입하고 있다.
비행시뮬레이터 체험존에서 참가자가 실제 항공기를 조종하는듯 몸을 써가며 몰입하고 있다.
홀로그램 박스에 체험자를 닮은 아바타가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프로토에서 한 참가자가 환한 미소를 띄며 체험하고 있다.
홀로그램 박스에 체험자를 닮은 아바타가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프로토에서 한 참가자가 환한 미소를 띄며 체험하고 있다.

김 대리 말처럼 최근 공간정보는 지도처럼 평지에 머물지 않고 드론, 지하시설 탐사로봇에 이르기까지 영역을 무한히 확장하는 추세다. 데이터 솔루션을 기반으로 한 IT기업의 성장세도 한몫했다. 하지만 어떤 기술이 어느 수준까지 뻗어나가고 있는지 막상 찾아보려면 만만찮다는 게 산업계 현장의 목소리다. 결국 공간정보기업과 IT솔루션기업 양쪽 다 자체 기술개발에 힘쓸뿐 융합기술로 신제품이나 신사업을 도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이다. 최근엔 코로나19까지 겹쳐 대면미팅 기회가 대폭 줄면서 관련 기업들은 더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 이 때문에 이번 SGE 2022는 참가기업과 바이어들에게 정보교류 이상의 의미일 수밖에 없었다.

SGE 2022를 주최한 스마트국토엑스포 사무국 담당자는 “그간 공간정보 관련 기업들이 타 산업 간 기술교류를 알음알이식으로 해오다보니 시너지를 내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SGE 2022는 타 산업군에도 문을 열어 서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만들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곧바로 실적이 일어나진 않겠지만, 기업 간 장점이 합해져 차츰 새로운 사업모델들이 나온다면 엑스포는 성공한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이번 SGE 2022은 예년과 비교해 ‘프롭테크(부동산 자산 property와 기술 technology의 합성어)’ ‘도심항공교통(Urban Air Mobility, UAM)’ ‘디지털트윈·메타버스’ 등 공간정보기술 바깥에 있던 기업을 대폭 끌어들였다. 현대차, 구글, 티맵 등 총 129개사가 참가한 252개의 전시부스도 △첨단산업존(구글클라우드 외 21개사) △지상·지하기술존(새한측기 외 19개사) △GEO 소프트웨어존(아파트엔 외 17개사) △디지털트윈 우수사례존(인천광역시청 외 2개 기관) △항공우주존(지오캡쳐 외 17개사) △공공서비스존(한국토지주택공사 외 17개 기관) △스타트업존(갱고 외 9개사) △인재육성존(서울시립대 공간정보공학과 외 13개교) △테마관(현대모터그룹 외 5개사) 으로 꾸려 공간정보기술의 지평을 넓혔다.

현대자동차의 UAM 전시부스.
현대자동차의 UAM 전시부스.
현장에서 쓰고 있는 드론택시 실물. 
현장에서 쓰고 있는 드론택시 실물. 
한 참가자가 적은 에너지로 장시간 운행이 가능한 미래형 모빌리티 ‘버터플라이’를 살펴보고 있다.
한 참가자가 적은 에너지로 장시간 운행이 가능한 미래형 모빌리티 ‘버터플라이’를 살펴보고 있다.

 

기술의 미래 아닌 현재진행형
온몸으로 느껴본 ‘디지털 대한민국’

SGE 2022는 코로나19 이후 3년만에 개최한 오프라인 행사인만큼 전시 부스마다 실감형 체험 이벤트를 마련해 참관객의 발길을 멈춰세웠다. 전시장 내 업체별 부스와 각종 특별·체험존 간 구획을 느낄 수 없을만큼 전시장 곳곳에서 ‘실감형 체험’이 경쟁적으로 일어났다. 다양한 종류의 드론을 실물 전시한 UAM전시관에선 S-A1 시뮬레이터를 탑승해 느껴보는 ‘VR 체험’부터 미래항공모빌리티 시뮬레이터 ‘비행기 조종 체험’, ‘드론택시(전시)’에 이르기까지 마치 놀이동산에 온듯 전시회 체험 프로그램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밖에 디지털 트윈공간에서 즐기는 안양천 3D라이딩 ‘메타 라이더 체험’(양천구 시범사업), 실시간 아바타를 경험한 ‘프로토 홀로그램’, 레고 모형 만들기 ‘렛츠고 브릭’, 판교 자율주행 공간정보 ‘MR(Mixed Reality, 혼합현실) 체험’, 모의·심화 면접과 AI 취업컨설팅 등 주최측이 별도로 마련한 체험공간만 10여개를 훌쩍 넘겼다. 특히 공간정보연구원 홍보관에서 선보인 ‘VR·MR 체험’은 공간정보를 활용해 공사현장과 도심의 교통체증을 해소하는 기술을 체험할 수 있어 체험 참가자들이 연신 “신기하다”는 말을 쏟아냈다. 

임준혁 공간정보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건축물을 짓기 전이나 짓는 도중에 실제 현장에서 완성된 모습을 실사로 가늠할 수 있는 MR기술은 모니터로 보는 것관 체감도가 완전히 달라 현재도 널리 활용하고 있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33개 컨퍼런스’
공간정보의 융복합 미래 고민

SGE 2022가 펼쳐낸 33개의 국제 컨퍼런스도 공간정보 분야 융복합의 필요성과 대중의 이해와 관심을 독려할 정책 방안을 도출하는 데로 모였다. △기술 △융합 △정책 △학술 등 4개의 세션으로 진행된 컨퍼런스는 민간기업과 학계 주도로 제안된 다양하고 폭넓은 주제 아래 공간정보 분야 석학과 명사들이 강연에 나섰다. 특히 2015년 이후 오픈소스 GIS 관련 국내 최대 축제인 FOSS4G코리아와 협업해 ‘오픈소스 기반 공간정보 확산을 위한 기술 콘퍼런스’를 개최하며 기업체 관계자 100여명이 머리를 맞댔다. 

대표적으로 정구민 국민대 교수와 박일석 카카오모빌리티 이사의 발표 ‘자율주행 2023 대전망’, 신한섭 올포랜드 상무와 아놉 토마스(Annop Tomas) GSSI 엔지니어가 강연한 ‘2022 GSSI GPR 기술 세미나’, ‘2022 LH 디지털 트윈 콘퍼런스’ ‘2022 디지털 트윈 기반 메타버스와 스마트시티’ ‘해양정보산업 발전포럼’ 등 다양한 분야의 주제발표들을 관통하는 목표가 바로 공간정보기술의 융복합과 대중화를 향해 달려갔다.

여기에 현장을 찾은 20개국 90여명의 공간정보 관련 해외 인사들은 최신 트렌드와 정책방향을 공유하는 한편 국내 기업들의 해외진출에 적극 자문했다. 특히 월드뱅크(WB), 아시아개발은행(ADB),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등 3개 국제 금융기구 관계자들이 모두 이번 행사에 참가한 건 이례적이다. 국내 참가기업들은 이들과 1:1 비즈니스 미팅, 워크숍, 컨설팅, 쇼케이스, 사업설명회, 혁신기술 발표회 등을 통해 긴밀한 네트워킹을 이어갔다.

LH 글로벌 비즈니스 컨벤션.
LH 글로벌 비즈니스 컨벤션.
아프리카개발은행 관계자(왼쪽)가 플로워토론에 참여했다.
아프리카개발은행 관계자(왼쪽)가 플로워토론에 참여했다.
컨퍼런스 현장을 찾은 20개국 90여명의 공간정보 관련 해외 인사들은 최신 트렌드와 정책방향을 공유하는 한편 국내 기업들의 해외진출에 적극 자문했다.
컨퍼런스 현장을 찾은 20개국 90여명의 공간정보 관련 해외 인사들은 최신 트렌드와 정책방향을 공유하는 한편 국내 기업들의 해외진출에 적극 자문했다.

이처럼 SGE 2022는 공간정보기술이라는 융복합 신산업에 맞춰 전시, 컨퍼런스, 비즈니스 매칭 등 이른바 ‘MICE 삼박자’가 체험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참가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재난안전에 관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온품의 용관중 차장(기술영업팀)도 “SGE 2022는 고객들이 체험할 수 있는 부스나 공간이 많은데다 전체적으로 전시 부스가 깔끔하고 정돈이 잘 돼 있어서 놀랐다”며 “확실히 ‘체험’ 프로그램이 잘 돼 있고, 기존의 제품홍보 위주의 전시와 비교하면 훨씬 효과적인 것 같다”고 귀띔했다. 공간정보 분야 특성상 제품을 단순히 보여주는 것보단 가상공간에서 실제로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실감형 콘텐츠로 홍보부스를 기획한 게 주효했다는 것이다. 

SGE 2022는 코로나19 이후 괄목할만한 확장세를 이어가는 공간정보 분야의 융복합 기술 전망을 한땀한땀 음미(!) 할 수 있었다는 긍정평가가 행사장 분위기를 주도했다. 이는 관련분야 종사자들과 바이어, 학생, 일반 참가자들이 보다 진일보된 공간정보기술의 트렌드를 읽으면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까지 접할 수 있는 ‘오프라인 전시회’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다.

사무국 담당자는 “기술의 발전과 시대의 변화에 걸맞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연구를 많이 했다. 체험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타 분야를 적극 유치한 것도 이 때문”이라며 “결국 대중에게 다가가야 공간정보 영역이 다변화하고 산업이 융성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더불어 “앞으로 SGE는 공간정보기술이 타 분야와 융복합하면서 시너지를 내고 기술교류에 관한 해외진출의 발판을 마련하는 한편, 우수인재들을 유입하는 플랫폼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킨텍스) 글·사진=최성욱 기자 hot@emice.co.kr

저작권자 © 이코노마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